박복수 재미시인

재미시인 박복수 여사의 생활수필 마음의 밭

이장춘 2019. 3. 16. 23:01

 


1년 여 메일을 열지 않던 필자가

메일을 열기 시작한지 며칠 만에 반가운

편지가 와 있다.     88세 미수! 망구시란다.

재미시인     박복수 여사님의 생활수필, 늘 젊고

활기차게 사시는 그 모습이 아른거린다. 1년 여 동안

아무 말 없이 그저 소식을 전하지 않았으니 얼마나 무정

하다고 하셨을까. 그래도 한번 보내 보자고 보낸 편지이실

것이다. 반가운 마음으로 이 글 한편을 블로그에 올렸다.

더 활기찬 삶을      이어가시기를 비는 마음을 담아.

그리고 변함없이    춘하추동방송에 사랑을 보내

주시는    가족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

 

  

  

 

마음의 밭

박 복 수

 

몇일 쏟아놓은 비가 멈추고

얕으막하게 내려앉았던 하늘도 높이

솟아오르며 날씨에 민감한  봄꿈들이

앞 뒷 마당에  새 생명으로 태어나

샛파랗게     꿈이   펼쳐지듯

녹색으로 단장했습니다.

 

어린 싹들이 딸 생일이면

어김없이 사방으로 뻗은 가지에

매화 꽃망울이 예쁜 미소로 우리를

반겨줍니다. 혼기를 놓치고 있던 둘째 딸,

가마타고 시집 갈 날을 재촉하던, 내 가슴이

찢어지는 많은 시를 쓰게 했던 매화: 드디어

둘째 사위가 청혼의 큰 절을 하고 간 다음 날

쓰러진  그  매화나무는  뿌리가 다 죽고

끝자락만 살아 있었습니다.

    



 

시에서 바로 새로 심어 준

애기 라이락, 이제는 제법 높이

하늘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내가 어린 시절    중대문을 들어서면

향기를 뿜으며 풍치를 자랑하던 라이락,

공부 때문에 우리와 함께 여행을 못 하던

오빠가 속이 상해 올라가 앉아 있던 거목,

어머니는 꽃   장사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마음껏 잘라가게 하셨던, 할아버지에게

시를 쓰시게 하며  우리의 사랑을

독차지한      그  거목을

그리게 합니다.

 

생명의 신비, 경이의 생명들이

방싯거립니다.    거룩한 자연의

그 모습 앞에   경건한 마음으로

감사의 손을 모듭니다.

 

정월은 둘째 딸의 결혼 10 년을 축하,

내 달은 첫째 딸의 결혼 25년 축하,

 

집 속은 온통 꽃들로

여기저기서 빵긋 빵긋 감사하며

축하 한답니다. 둘째는 늙으신 부모를

두고 동부로 갈 수 없다며 갑자기 동부로

불려가는 심장외과 전문의였던 신랑감을 3개월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고통 끝에 파혼을 선언,

신랑감도  서로 10년을  피사의 탑이 되어 있던

동생에게 이것은   부모에게   불효라며 결혼을

권해,    첫째가 아닌 막내 아들인 5년을 따라

다니며   조르던 신랑감에게 노부모를 평생

함께 모시겠다는 약속을 받고, 마흔 살

생일을 일주 앞두고 결혼해 언니와

15년 차이가 나는 결혼

기념일입니다.

 

더구나 엄마가 A+++ 준

신랑감을   언니가 먼저   시집을

가야한다며 언니를   결혼시킨  그 형부가

"마더 태레사, 래이디 다이안 같다." 고 부르는

'천사' '산 성경' 이라 불리는 둘째 딸, 평생을

부모 곁을 맴도는 큰딸,    소문난 효녀들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봄,  고령에 또

맞이할 수 있는 우리내외에게는 가진

것은 많지 않아도 오늘 하루가

또 감사로 가득한 특별한

날입니다.

 

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고

부끄럼처럼 봉오리가 방글, 방글

거립니다.  툭 터지는 환희의 비밀을

간직한 꽃망울,    이슬방울 속의 고운

꽃봉오리는     한 마디로 예술입니다.

앙증스런 모습에 눈감으니 높은 산에

꽃구름 피어나고 벌들은 봄 잔치에

분주합니다. 꽃잎 두, 세 닢

하롱하롱 날립니다.

 

집 건너편 언덕의

아롱아롱 아지랑이 뜨는

야색은 온전히 춘색으로 덮였습니다.

지난 겨울비가 쏟아지며 된서리에 일시에

 떨어진 노란 잎들은 땅을 덮었었습니다. 낙엽이

 지고   새 잎이 나고 열매 맺고....... 하늘을

우루어 보며    자연의 무한한    솜씨를

감탄하는 사이 사위와 손녀는

갈퀴로 긁어모았습니다.

 

손녀는 그 속의 빨갛게

곱게 물든 낙엽을 주어다

할머니 손에 얹어 주며

"I love you!" 랍니다.

 

지난 몇일 쏟아 놓은 비는

땅으로   스며들어   봄의 형상과

색깔과 향기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드디어 하늘과 땅은 춘정에 겨워 만물은

새 생명을 타고 천지를 봄 향기로 가득

채우고 새싹들은 오보록이 파랗게

땅을 가득히 덮었습니다.

 

어디선가 날아 온 참새

한 마리 대문 앞 매화 가지에 사뿐히

내려 앉아 봄을 노래합니다. 새의 날갯짓에

화답 하듯 매화 꽃잎이 마구 흩날립니다. 매화는

신의 손으로 빚은 또 하나의 걸작입니다. 경이로운

색의 하모니에 나는 마음껏 취했습니다.    내 마음

밭에도 매화가 피어오르며 몇일 전 동경,  긴자에서

아버지가 유학 시절, 나의 유치원 방학 때면 어머니가

손수 만드신 밑반찬을 가지고 가면 대리고 가셨던

'가부끼자' 앞에서   92세의 남편과 두 달 이면

팔팔이 되는 망구가 딸이 든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감회에 젖어....

 

지금도 가슴에서 올라오는

감사의 뜨거운 눈물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부르시던 '고고니 사찌 아리'

(이곳에 행복이 있네)     미수의 망구 가

남편이 옆에서 운전하는 차에   몸을 흔들며

속삭이듯 불러 봅니다.          드디어 뜨거운

눈물은 얼굴을 눈물바다로 ......... 이 노래를

이제는 함께 부를 수도 들 을 수 없는 남편의 

영원히 잠귄 귀가 너무 가엽서....그러나

 이 망구라도   들을 수   있음을

감사해야지요.  

 

운전을 해서는 안 되는데

하고 싶다니 목숨 걸고 그의 눈과

귀가 되어 따라다닙니다.   어쩌다 해가

떨어지고 교통이   복잡해지면    엄한 엄마처럼

운전대를 빼앗아도 착하게 잠잠히 조수석에 앉습니다.

운전 하는 마음이 내 내 아픕니다.   해서 어디서

좌회전, 우회전 할까?    어느 길로 가기를

원하는가? 등    계속   길동무를

바쁘게 앞세워갑니다.

 

어떤 때는 듣는 것 도 같고,

어떤 때는 안 들린다고 합니다.

그래도    계속 손짓하며    물어보며

같이 운전하게 합니다.    지난 반달 동안

손자들  5명과 사위 딸들과   돌아 본 동경의

'긴자'를 아직도 헤매고 있습니다. 유치원 시절에

갔을 때 신을 벗고 들어가 다다미방에 앉아 관람

하던 저는 "엄마 쉬쉬 하고 싶어요."   하던

나에게 사방을    둘러보시던 어머니,

콩나물 같이 끼어 앉은 사람들,

"좀 참을 수 있니?"

 

저는 참고, 참다 그만....

그 곳은 지금 성대한 극장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가 선물

이랍니다.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 낸답니다. 우리는 서로서로

지켜주는   '파수꾼' 이 되어 남은 생을

더욱 아름답게 살고 싶습니다. 우리의

마음 밭 또한 파랗게 새 아침 햇살에

온 세상이 은빛 수정처럼

반짝입니다.

 

      

미주방송인협회 고문,

시인, 수필가, 암송가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 같이

神仙, 마음의 귀족.

 

***

 

망구 유한에

글샘이 터진오아시스.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

 

시.

 

산도 목욕하는 엘시노아 호수.

영문을 곁들인

한.영 쌍벽의 서정시.

 

앞만 보고 달려 온 90 망향의 여로.

다복한 스위스 기행.

무량무한의 인생훈.

 

동행하는 부군의 귀족 같은

풍모.

 

남의 실패는 웃고

나의 실패는 변명하는

아전인수의 인생,

 

사진처럼

번개 같은

가능한 한 순간을 포착.

찰나의 시공을 살리는

현존의 예술.

 

多才多博의 문화 예술가.

 

박복수와

그의 영원한 반려자,

귀공자, 부군의 외조와 훈풍.

 

하늘이 맺어 주신

명콤비 부부상.

 

격류 속의 고요함.

왕후, 왕대부도 부럽지 않은

두 분의 고고한 위상.

후세의 귀감.

 

영원한 만인의 사부 - 사모입니다.

 

 





유경환 (유카리나) 여사님 글

 

 

국장님께서 블로그를 쉬시는

동안 소식이 궁금했던 박복수 여사님의

여전히 활기차시고 행복하신 소식을 접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90을 바라보는 미수의

망구가 아니시고, 미수의 봄처녀

같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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