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방송인이자 미국에 사시는 춘하추동방송 가족 박복수 시인께서 여기 올린 사진과 함께 4월 7일 보내오신 글입니다. 배경음은 박복수 시인께서 스스로 낭송하신 윤동주 별헤는 밤입니다.
죄는 죄의 꼬리를 물고 / 재미시인 박복수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사라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일이다. 세상 살아가는 동안 죄를 지으면 여생을 고통 속에서 피를 말리는 삶을 살다 가야 한다는 것도 다 알고도 남음이 있다. 허나 본의 아니게 혹은 타의에 의해 한순간의 잘못된 생각이나 선택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만 말하기에는 돌이킬 수 없는 너무나 엄청나고 안타까운 일이다. 단 한번인 인생이기에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다. 자식들의 성장은 대견하고 기쁘나 한시도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현실이다.
어느 듯 곧 대학을 동부로 떠난다는 쌍둥이 손자 손녀가 사위랑 저녁을 사 들고 와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잔다. 너무 감사하게 동부, 서부의 명문대가 다 입학을 허락하는 축하 편지들을 보내왔단다. 나는 살며시 서제로 와 컴퓨터 앞에 와 앉아 이 글을 쓴다.
아주 오래전일이 생각난다. 조카의 U.C. Berkeley 졸업을 축하하러 두 살짜리 손자 손녀들까지 (금년에 대학을 가기위해 동부로 다 떠난다. 그러니 16년 전 이야기다.) 샌프란시스코 중심가, 매이씨 백화점 건너편에 위치한 하이엇 호텔, 27층에 여장을 풀었다. 방은 동생내외의 세심한 배려로 32층에 있는 리전씨 클럽( Regency Club)에서 제공하던 가벼운 식사를 포함시켰다.
원래 리전씨의 말뜻은 섭정, 즉 정치를 논의한다는 뜻이다. 찾아 온손님 대접하는 장소로 투숙자들을 위해 마련된 듯싶다. 어린것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먹을 수 있도록 한 이모내외의 지극한 사랑이였다. 맛있는 충분한 음식들이었으나 저녁식사는 스카이라운지에서 졸업하는 조카의 친구들을 초대한 졸업 축하연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가족들 보다 한 발 늦게 승강기에 올랐다. 32층을 눌렀으나 32층을 지나 그대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동승했던 중년 백인부부도 기계가 고장이라 한다. 그럴 리가 없어 찬찬히 패널 (panel)을 드려다 보니 방 키를 입력시키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클럽문도 투숙한 방열쇠로 열어야했다. 철두철미한 조치였다. 리전씨 클럽 써-비스가 포함된 방에 투숙한 경험이 그때가 처음이어서 (지금은 감사하게 많이 경험해 익숙해 졌지만) 그런 촌극을 벌린 것이다. 감사하고 재미있던 추억이다.
식탁에 앉으니 바다 한 복판에 알카출애즈 Alcatraz) 감옥이었던 섬이 한 눈에 들어왔다. 죄! 얼마나 무서운가 범죄라는 것이! 잘 알려진 이야기로 그 섬 주변의 바닷물은 하도 차고 상어들이 있어 절대로 탈옥을 못하는 곳으로 유명했었다.
어느 한 탈옥수는 바다를 건너가기는 했으나 몸이 너무 얼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 후 탈옥수 3명의 행방을 알지 못해 감옥은 폐쇄 하고 그 때는 관광객들에게 공개되고 있었다.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달리 아름다운 섬이라고 했다.
생각난다. 35년 전, 어느 날 새벽 예배에선 살인 현장에 있었다는 혐의로 이십 오년 형을 받은 열여덟 살의 L청년의 감형을 위해 교인들이 함께 기도했다. 그러지 않아도 그즈음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스무 살인 K 청년을 위하여 많은 부모들이 함께 기도하며 울분을 삼키고 있었다. 사연인즉 그 는 동생이 일하는 PC 방이 K가 동생 픽업 하러 갔다 나온 지 십오 분 후에 강도 에게 털렸다. 용의자가 K청년의 바지와 신발이 꼭 같다는 그곳 지배인의 증언이었다.
불리한 것은 주인이 며칠 간 부재중이라 현금이 다른 날 보다 많았다고 한다. 그것을 아는 동생의 제보일 것이 분명하다는 증인의 말이 치명적 이였다. 그 PC 방은 경영자도 지배인도 한인동포다. "그 사람들도 자식들이 있을 터인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판사, 검사는 동양인을 배척하는 사람들이고 불행하게도 두 아이는 같은 판사가 담당이었다.
"죄가 없으니 변호사를 쓰지 말라" 는 아들 말에 가볍게 생각 했던지 한인들과 친분이 있는 교통사고 전문변호사에게 의뢰한 것이 일단 실수였다. 포근하던 가족과의 밤은 차디찬 공포에 쌓인 외로운 담요 한 자락이 되어 가족을 대신했다.
심한 감기까지 한 몫 들어 고통을 더 해 줬다. 가족을 보면 뜨거운 눈물로 무죄를 호소했다. 아들을 지켜보던 부모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아픔이었다.
귀에 들려오던 어떤 죄수들이 당해야 했던 강제 음행으로 인한 불치의 병균 등 소름끼치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은 절대로 있어서는 아니 되는 악몽이다. 또 내가 속한 합창단에도 늘 눈물로 세월을 보내던 또 하나의 어머니가 있었다. 평소에는 의리 있고 자상한 친구가 살인범인줄도 모르고 차를 태워 준 죄다. 사건 후 한국에 나간 것이 온 갓 누명을 쓰는 동기가 되었다.
무죄를 주장하는 부모에게 "그러니 와서 밝혀야한다." 는 권유에 따라 그분은 아들을 데리고 들어오던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수갑을 채워 끌려가는 자식을 보며 통곡했다. 몇 년이 지나도록 갇힌 몸이 되어 돌아오지 않던 아들로 인해 헛된 돈을 뿌려가며 피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사람은 모두가 죄인이라고 한다. 오직 감방에 가 있는 사람과 감옥 밖에 있는 사람차이 일 뿐이다. 성경에도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지라" 는 말씀에 한 사람도 남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영국의 극작가이며 배우인 카워드 (Coward Noel 1899) 라는 사람은 좀 지나칠 정도로 장난하기를 좋아 했다고 한다.
어느 날 그는 런던의 명사 20명에게 다음과 같은 속달 우편을 보냈다. "모든 것이 폭로되었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도망치라" 는 것이었다. 이것을 받은 20명 전부가 런던을 떠났다. 덴마크의 문학자이며 동화 작가인 앤더슨 (Andersen Hans Christian) 의 작품 중에<분홍신> 은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
마술사가 지어 놓은 분홍신은 한 번 신기만 하면 일생 춤을 추다가 죽어야 하는 것이다. 한 소녀가 그 아름다움에 미혹되어 드디어 신을 신는다. 그 순간 소녀의 비참한 운명은 결정된 것이다. 소녀는 춤을 추며 여기저기를 방황한다. 어떤 때는 화려한 거리에서 많은 남성들의 칭찬을 한 몸에 모으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무서운 악마의 계곡을 지나기도 한다.
자기 집 대문 앞에 까지 왔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들어오라고 손짓 하지만 분홍신은 억지로 소녀를 이끌고 집을 떠나게 한다. 결국 소녀는 춤을 추다 죽는 것이다. 이것은 죄의 노예가 된 사람이나 다름없는 이야기다.
죄는 한 번 발을 들여 놓으면 곧 노예로 만들어 자유를 잃게 하고야 마는 것이다. 삼손이 죄에 빠져 당한 일도 그러하다.
목숨을 걸고 피할 수 있는 한 피해야 되는 것이 죄라는 생각을 하며 그 아름다운 섬과 바람을 업고 출렁이던 파도는 천국과 지옥을 오고가며 우리 주변에 잠복해 있는 죄와 벌의 경종이 되어 들려온다. 아무리 임시동안 일 할 곳이라도 자녀의 장래에 유익을 줄 수 있는 곳인지 잘 심사숙고할 중대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배운다.
늘 알며 모르며 크고 작은 죄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나의 눈은 해방된 흥분과 기쁨으로 가득 찬 졸업생들, 자랑스러운 조카의 늠름한 모습, 감격으로 어찌 할 바를 모르며 아들을 얼싸 않던 동생을 바라보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험악한 세상으로 발을 내 딛는 젊은이들의 앞날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오늘 밤은 18년 살아 온 둥지를 떠나 험한 세상으로 나가는 우리 손자, 손녀들을 위해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도한다. Attachments area
왼쪽 박복수 시인님과 오른쪽 남편 박영곤 박사님이 함께 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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