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회 정근춘 회장께서 언젠가 저에게 “사진이 한 장 있는데 아랫부분이 다 달아나버렸다”고 그러더군요. 보내 봐라 해서 살펴봤더니 아랫부분이 달아난 것이 아니고 이게 다 눈이에요. 길도 없는 눈밭을 개를 앞세워 장비를 싣고 가는 거죠. 고지의 송신소에 사고가 나면 인근의 10만 명이 TV를 못 보게 되요. 그러면 이렇게 짐을 싣고 가서 고쳤던 거죠.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이 겪은 일이기에 다 그런 줄 알아요. 그래서 “세상에 이런 일 안 겪은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말하죠. “당신들이나 겪고 당신들이나 알지 그걸 누가 아냐.”고. 기억되어야 할, 한국방송의 역사니까요. KBS가 발행한 공영방송 제5호 (2015년 12월 30일) 「김동식의 마이크를 끄고」에서 필자와 인터부한 글 일부를 인용했다. 필자는 늘 말 해왔다. 「방송기술은 나무에서 뿌리에 해당한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잘 자라고 꽃을 피워 탐스러운 열매를 맺는다.」 뿌리는 세상에 드러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나라 방송역사는 기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노창성, 한덕봉은 방송기술을 도입하고 시설을 갖추어 방송전파를 쏘아 올렸고 그로부터 방송기술인들은 시설을 확장하고 지키며 방송을 이어왔다. 그러나 그 기술인들이 어떻게 해서 그 시설을 갖추고 이어왔는지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들은 스스로 한일, 격은 일들에 대해서 기록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공사가 창립되던 1973년부터 74년에 걸쳐 고지 TV중계소를 포함한 전국의 방송시설을 돌아보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눈물겨운 얘기들을 들었다. 눈 덮인 고지에서 길이 막히고, 물길이 끊겨 어려움을 겪고 고지요원으로는 정비 할 수 없는 고장이 생겨 수많은 시청자가 TV를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고충을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다. 그 어렵고 힘들었던 일들을 늘 얘기하는 방송선배가 있었다. KBS본부장을 거쳐 이사를 역임한 그 선배, 필자는 그 선배에게 ‘기록을 남기시라고’ 권유했고, 그 선배는 기록을 정리하고 있다고 하셨지만 그분이 떠나신 후 가족들에게 물어보니 아무것도 남긴 것이 없었다. 사우회 사이버 박물관에 더 자세한 얘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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