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방송

1930년대의 방송야회 放送夜話 ( 2 )

이장춘 2010. 12. 21. 22:49

 

 

 

 1930년대의 방송야회 放送夜話 ( 2 ) 
 

이 글은 1934년 11월 1일

삼천리 제6권 제11호에 放送夜話라는

제목으로 국사편찬위원회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있습니다. 그시대의 방송을 이해하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어 이곳에 옮깁니다.

 

방우회 이사 이장춘

 

 

 

「쩨, 오, 띄, 케이.」
「여기는 京城放送局이올시다.」
「지금 울니운 종소래는 열두시를 가르치는

 종소래 올시다. 띙, 땡, 띙, 땡.」이 세가지 술어는

새로난 술어로 아마 모르실 분이 업슬 것이다.

라디오는 레코-트와 함께 실로 현대인의

량식이 되엇다. 그러케 보편 되어잇고,

또 그러케 되어가는 중이다.
 
방송국을 싸고도는 자미잇는 이약이가 만타.

그 중에도 일홈잇는 명사들이 방송하든 때의 꼬십도 꽤 만타. 
금년 정초이든가. 력사가 애류 권덕규(崖溜 權德奎)씨가 신년정초의

 이약이을 하게 되엇는데, 이 분이 그만 屠蘇酒를 너무 자섯든지  얼근이

 취하여 「마이쿠로폰」 압헤섯다. 그러니 취안몽농에 횡설수설이

안 나올수 업섯다. 다행히 몃마듸 하는 모양이 갓 쓰고 제사

지내기 틀닌 것을 눈치채인 「아나운사」가 겻헤 섯다가

쓰위치를 돌녀노아 요행 무사하엿다고.


문사들 가운데 라디오, 마이쿠로폰압헤서

말 잘하는 이는<121> 도라간 소파 방정환(方定煥)씨

엿다고 한다. 원래 재담(才談)을 잘하여서 말하는 그 긔술에  전파를

 통하여 듯는 다수인은 그만 반하여 버렷다고, 그리고 지금도

라디오폔을 잘 울니고 잘 웃기는 이는 야담(野談)의

윤백남(尹白南)씨라 윤백남씨의 이외에도

야담하는 이들 다 잘하는 편이다.


문사 김동인(金東仁)씨도 각금 방송하는데

 목소리가 모질어서 웅-웅- 울니는 때문에 청취자의 귀에

 썩 명석치 못하게 들니는 흠이 잇스나, 뜨금뜨금 내놋는 한마듸

한마듸는 매우 조리 잇다하며 시인 안서(岸曙)의 방송은 청산류수식은

 아니며 더구나 연설체도 아니나 좌담(座談式)으로 하는데 이분도 음성관게로

저녁하늘 종소리 듯드시 운치만 전하여진다 하며 주요한(朱耀翰)씨는 두어번 하엿

슬가.  방송도수는 매우 적으나 연설체로 분명한 음성을 써서 청중이 모다 알어

듯도록 한다하며 박팔양(朴八陽)씨는 연단에 서서 연설하듯 구절구절 똑, 똑,

 떼여서 퍽으나 차근 차근하게 넘긴다하며 정인섭(鄭寅燮)씨는 언젠가

하긔강좌(夏期講座)로 하는 것을 본 사람의 이약이를 드르면 퍽으나

수다하여 말이 막킬줄 모르고 청산류수로 나오는데 강한 악센트가

 그냥 로출(露出)하여, 마치 학교강당에 청중을 모라너코

두드려내는 듯한 늣김을 주더라 한다.


함대훈(咸大勳), 김광섭(金光燮)두 분의 말소리는

 퍽으나 차근차근하여 라지오판의 귀를 용하게 붓잡는다하며

 안석주(安碩柱)씨의 말소리는 부드러우며  염상섭(廉相涉)씨는

방송실에서 유유자적하게, 호호탕탕하게 여유도도하게,

자유자재로  강연을 하는데 연단에서 하드시 조곰도

지체되는 일이 업더라한다.

 

소설가 심훈(沈薰)씨는 전에

방송국직원으로도 잇섯느니만치 조곰도

서슴치안코, 차근차근하게 말을 넘겨 요전번<122>

 「예술소설과 통속소설」강연가튼 것도 호평이엇다하며

 이밧게 여러분이 방송한 적이 잇스나, 다

그럭저럭 실수는 업섯다 한다.
 
여기 비하면 녀성들축에는 퍽으나

환영밧는 이가 잇스니 대체로 남자들은 덜넝덜넝하고

 녀자들은 차근차근하니까 지마폭호듯 누에가 명주실을 푸듯

 정말 귀가 솔긋하여지게 말들을 잘 한다는데 그중에도 朴仁德,

宋今璇, 金活蘭, 黃信德의 네분은 선수격으로 방송하는 날

저녁이면 가정부인의 귀를 라지오통엽헤

끄을어 오고야만다고 한다.

 

 윤성상(尹聖相)씨도 각금 걸출한 문제를

들고나와 한바탕하는 데 목소리가 청청하며, 최정희

(崔貞熙)씨도, 모윤숙(毛允淑)씨도, 황애덕(黃愛德)씨도 모다

온축을 기우려 「조선녀성아!」하고 부를 때면 설거지 하든

 여염집부인들이 눈을 껌벅껌벅하며 라지오통엽으로

달려오고야 만다고 한다. 
 
명사(名士)들 사이에는 서춘(徐椿)씨의

경제강연(經濟講演)이 누구나 아라보기 쉽게, 함으로

 명낭하지 못한 음성을 덥허누르고 남음이 만타하며 리정섭(李晶燮)씨도

 말이 막킬줄 모르게 웅변을 토하나, 너무 에-에- 하는 간투사(間投詞)가 만허서

흠이라 하며 경성변천의 사화(京城變遷의 史話)를 하는 문일평(文一平)씨의

 강연도 학교교사로 잇섯든 이 이니만치 말이 막키지 안으며, 변호사

신태악(申泰嶽)씨의 법율강좌(法律講座)는 신진학도 이니만치

새 지식을 만히 붓는다. 이박게도 여러분이 잇스나

특별한 실수와 성공은 업시 다 그럭저럭 넝긴다.
 
음율(音律)방송은 라지오팬들의

가장 즐기어 기다리는 푸로그램이다. 장고,

가야금, 단소, 피리-.<123> 작고 쓰러저 가는 조선음율을

 라지오를 통하여 거지 반 하로 건너큼씩 드를 수 잇슬 때 라지오

청취자의 깁붐은 여간 아니다. 더구나 李東伯, 宋萬甲, 金昌龍, 金昌煥, 등

일대명창이 마이쿠로폰 압헤서 고고헌변도 부르고 새가새가 나라든다,

도 부를 때 십삼도 숨은 가객은 무릅치며 반긴다.
 
리왕직아악대(李王職雅樂隊)의 춘영무(春*舞)라든지

 또 태평낙(太平樂)가튼 방송은 원래 보편성 띄운 것이 아니나,

듯는 사람은 심히 귀를 기우린다. 더구나 외국명사들이 만히 즐긴다든가

아악은 악긔(樂器)인 생황피리등 모다 귀중하고 번지럽은 악긔들이 되어

 일일히 방송국으로 운반하여 올 수업서 대개 아악부(雅樂部)에서

하는 것을 그 곳에 마이쿠로폰을 갓다 노코 중게(中繼)하는데

한달에 한번씩 하기로 되엇다 한다. 녀류명창중에는

 박록주(朴綠珠) 김추월(金秋月) 주란향(朱蘭香)

등이 다 유명하다.<124>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http://db.history.go.kr]

 

선우일선의 조선팔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