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단상

1990년 방송민주화운동 그때 그 얘기 ( 3 )

이장춘 2010. 12. 9. 02:43
 

 

 
1990년 방송민주화운동 그때 그 얘기 ( 3 )
 

1990년 4월 3일은 서영훈 사장님의
면직동의 안이 이사회에서 가결 된지 한달 여를
 미루어 오던 새로운 사장님을 선임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동안 마음 둘 곳 몰라 한 사원들의 빈자리를 간부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사원들이 불철주야 심혈을 기울여
방송은 나갔지만 어려움은 누적되었습니다.
 
 민주인사가 사장님으로 선임 되어야 한다는
사원들의 간절한 소망에 KBS방송 민주화를 후퇴시킬
요인이 있는 일부 인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새로운 사장님의 선임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사내에서는 오재경,  고병익,  전응덕님이
물망에 올랐고노 정팔님도 얘기는 있었으나
본인이 극구 사양 하셨습니다.  또 다른 추천 예정
인물은 당시 서울신문사 사장 서기원님이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지금보다 더 큰 KBS 불행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서기원님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시는 등 5공화국,  6공화국과 같이
해 오신 분이기에 방송계에서는 방송민주화를
후퇴 시키려는  일련의 기도로 받아 드려지면서 
강한 의구심과 불신을 자아냈습니다.
 
사장선임 이사회 날자를 4월 3일까지
늦춘 것은  KBS이사회 재적 과반수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시간벌기  포석이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을 때여서 사원들은 바짝 긴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사장님을 선임하는 이사회는 열렸고 앞에서
말씀드린 네 분의 새로운사장 후보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날의 사장 선임은 KBS사내는 물론
정부나 언론사, 시민단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비상한 관심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1차투표에서는  과반수를
얻은 분이 안 없었습니다.  1차 투표에서 다수표를 얻으신
서기원후보와  오재경 후보에 대한 결선 투표결과
8 : 4로 서기원님이 선발 되셨습니다.
 
이 때 감사는 차종호님과 이인원님이
 추천되어 6:6이 되었다가 결산 투표걸과 8:4로
차종호님이 선발 되셨습니다. 사내가 일대 소용돌이
속에 휩싸이고 서기원사장님을 절대로 받아 드릴 수
없다는분위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사원들의 자유투표를 실시해도
서기원님을 사장님으로  마지 해야 된다는
사원은 거의 없었습니다. 방송이 국민의 편에서서
 중심을 잡아나갈 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투표가 끝난 후 이사님들은 어디론가 모두 돌아가시고
저는 사무실에 돌아와 새로운 사장 임명제청의
실무적인 절차를 밟아야 했습니다.
 
 이 때도 노동조함원 10 여명명이
필자를뒤 따라와 녹음테이프 내용을 들려 달라는
것이었지만 회의자체가 비공개였고 또 녹음테이프를
누구에게도 들려 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일로
 한창 실랑이가 벌어진 가운데서도 제청
절차는 진행했습니다.
 
당장 그날 밤으로 새로운 사장님의
제청절차는 이행해야 했습니다. 서기원님에게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안 되어 기다리고 있는데 밤늦게
 통화가 이루어져 인장을 서울 신문사 사장 비서실에 두었으니
 모든 것을 알아서 절차를 밟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밤으로  서류를 갖추어 4월 4일 사내 곳곳에서 서기원
사장 반대하는 시위가 진행되는 가운데
제청절차는 끝났습니다.
 
4월 5일은 공휴일이어서 4월 6일까지
대통령 결재가 날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4월 6일 조간에  KBS사장 대통령 결재가 났다는 등
 여기에 부수되는 여러 추측기사들이 있었습니다.  평시라면
그런 기사들이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갈 일들이었지만 이 때는 모든 것이
 민감하고 또 의도성을 가지고 하는 듯한 것이어서 이런 일들이 마음
쓰이지 않을 수 없는 때였습니다.  이런 기사들이 흘러나오는 것
자체가  어떤 세력의 의도성 공작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던 때였습니다. 총무처에 확인 해 보아도
기사는 모두 오보였습니다. 
 
 새로운 사장은 5일 후인 9일,
소용돌이 속에  대통령 최종 결재가 나서
임명절차가 끝났고 그날 밤 9시 20분! 서기원
 KBS사장님은 노조 사무실에 들려  한 시간에
걸쳐 얘기를 나누고 돌아 가셨습니다.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사원들은 서기원님의 KBS진입을
막는다는 방침을 새워 놓고 첫 출근 하는
10일 아침이 되자 대부분의 사원들은
 중앙 로비로 또는 사장실과 통하는
복도를 매웠습니다.
 
서기원님의 개인적인 인격으로는
KBS사장님을 못하실 분이 아니었지만 정부의
 방송장악과 맞물려 모처럼 맞이한방송의 민주화, 방송의
 중립화가 훼손 될 수 있다는의구심으로 극렬한
반대 운동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차장급 이하 일반 사원들이 대부분
가담하고 있는 노동조합에서는 서기원사장님의
 출입을 막겠다는 것이고 간부사원들은 어찌됐던 실정법상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서 사장으로 부임하는 것이니 업무는
정상적으로 수행 하면서 방송의 민주화, 중립화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두 KBS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었지만 절차와 방법에 있어서는
생각이 다소 달랐습니다.방송민주화와 중립화라는
 대 원칙을 지켜나가자는 데는누구도 이의를 야기하는
사원은 없었습니다. 사실 반대하는 측에서도  서기원 사장님의
 부임을 끝까지 반대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KBS를 민주적,
중립적으로 운영 해 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있었을 줄 압니다. 그런대
정부 측의 태도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사원들이 사장진입을
 막는다면 즉시 공권력을 투입 할 것이라며 KBS주변에는
전투경찰을 포진시켜 놓고 있었습니다.
 
 11월 11일 10시20분을 기해서
서기원 사장님이 KBS에 도착했지만 쉽사리
진입 할 수는 없었습니다. 서기원 사장님은 핸드마이크를
들고 어떤 일이 있어도 진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가셨다가 오후 2시부장 급 이상 사원들의 도움을 받아
사장실로진입 할 수 있었지만 업무는 수행 할 수없었습니다.
서기원 사장님은 잠긴 사장실 문을 여는 등 잠시 실랑이를
벌리다가 어디론가 되돌아 가셨습니다.  사내는
계속해서 소란스럽기만 했습니다. 

1990년 4월 12일! 
서기원사장님은 아침 출근시간
사람이 없는 지하 주차장을 통해서 6층 사장실로
 출근 할 수가 있었습니다. 부장급 이상 간부들은 아침 일직부터
 6층에 와 있었고 그리고 나서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문들이 닫혀
밖에 있는 사원들은 한동안 본관 안으로 들어 올수가 없었습니다.
복도에서 핸드마이크를 든 서기원 사장님이 “자신에게 오해가
많은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과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는것,  공권력은 최후에만 요청 하겠다”
요지의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쪽에서는 사원들의 시위대가 밀려들어 오고
또 한쪽에서는  창문을 넘어 경찰이 진입하고 있었습니다.
간부사원들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사원들이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경찰은 "20분 내에 시위대가
해산 하지 않으면 모두 연행하겠다"
는 것이었습니다. 얘기가 오고가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가고 6층에 온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
그리고 일반사원들은 간부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연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원들을 연행하지 마라"
간부들의 고함소리도 들렸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연행은 계속되었고 안동수
노조위원장은 저항하지 말고 조용히
끌려 가자면서 끌려갔습니다.
 
방송민주화를 지켜라 !   경찰 물러가라 !
 
어디서인가 왜침의 고함소리들이 
들려왔습니다. 사내 곳곳에서 연행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직감 했습니다,  심한 몸싸움이 있는 듯 했습니다.
얼마 후 한 간부가 4층을 다녀왔습니다. 4층, 5층은 대부분
제작부서가 자리하고 있는 사무실이었습니다. " 4층에
서 있던  PD들을 눈에 보이는 대로  연행 해 갔고
 연행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한 PD 머리가
터지고피가 흘렀다 " 고 했습니다.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PD도 마구잡이
끌려갔다고 했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했습니다. 6층에 모여 있던 간부들은 그 말을 듣고 분노
했습니다. 이러는 동안 2층과 4층 등에서도 많은 사원들이
 연행되어가는 그야말로 KBS사원들을 대상으로
작전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어수선한 가운데
12시 반 100여명의 간부 사원들을
 제1회의실에 집합시켰습니다. 영문 모르고 앉아
있는데 서기원 사장님이 나타나 이상한 손짓을 하시면서 
 
 "사장이 오는 데 왜 앉아만 있느냐?  일어서 ! "
 
왜치는 소리에 그곳의 간부들은
모두 일어섰습니다. ( 이 장면이 비디오에 찍혀
보도되면서 話題가 되기도 했음) 그런 상태로 이 자리에서 
간부들과 지역국장님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부 후무한
이상한 사장 취임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예상하지도 못한 가운데
분노에 찬 간부사원들을 앞에 세워놓고
취임식이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의식은 생략되고
취임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공정방송, 기강확립, 공정한 인사
 
이 세 가지가 강조 되었고
제도개편과 관련해서 직원들의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과 적극 도와주면 좀더 효율적인
업무를 수행 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취임식은 있었지만 사원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간부들이나 일반 사원들이나
모두 분노했습니다. 이런 일은 방송민주화를
후퇴시키려는 세력의 집요한 술책이라고 모든 사원들이
 확신을 갖기에 충분 했습니다. 이날 오후부터 방송 필수요원을
제외한 모든 사원들이  일손을 놓고 여기 저기 모여서
 또는 돌아 다니면서 방송민주화를 부르짖었습니다. 

 

춘하추동방송 이장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