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이 가독한 향원정을 지나 건청궁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악산이 뒤를 바쳐준다. 석양 햇살이 비쳐오는 경복궁 향원정이 그지없이 아름답다. 연꽃은 졌지만 연잎이 못을 메우고 그 연잎 사이로 물밑에 비치는 향원정의 그림자가 아름다움을 더 해준다. 옛날에는 건청궁과 향원정이 연결되는 나무다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반대편인 남쪽에 있다.
건청궁과 향원정
향원정가에서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 하다가 건청궁에 들면 여기저기서 관광객을 안내하는 해설사들이 명성황후 비운의 역사를 들려준다. 그 얘기를 들으며 못내 안타까워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이들도 있고 어떤 이는 한숨지으며 눈물짓는 이도 있다. 명성황후가 일본 칼잡이들에게 시해 된 것은 알아도 막상 현장에 와서 그 얘기를 들으니 그 안타까움과 일본의 잔학상을 실감하는 듯하다. 관광객가운데는 중국인이나 일본인들도 자주 보인다. 이 분들은 이 현장을 지나며 어떤 생각을 갖을까. 건청궁은 1873년에 세워 1895년 10월 8일 명성황후가 시해 당할 때 까지 고종과 함께 지냈으니 22년이 넘는 세월을 보낸 샘이다.
여러 채의 한옥에 곤녕합, 복수당, 장안당 등 각각 옥호가 있으며 방마다 그 이름이 붙어있다. 지금은 없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양옥이라고 한 관문각이 있었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곳은 주 거처 곤녕합이고 여기에 옥호루가 있다. 키 큰 사람들이 옥호루의 열려있는 창문 너머로 무엇인가. 를 열심히 보고 있어서 무엇이 있는가? 물었더니 키 큰 한 청년이 방의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주었다. 영정과 병풍이 있는 단조로운 방이다. 키 큰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창 너머 방이다.
건청궁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전깃불을 켠 곳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1887년 3월 6일부터 이곳에서 전깃불을 켰으니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한지 8년 뒤의 일이고 그로부터 135년이 더 지났다. 여기에 불을 켜기 위해 향원정 가에 발전소를 지었다. 지금처럼 발전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곳에 전깃불을 켜기 위해서는 발전소를 지어야 했던 것이다.
이곳에서는 경복궁내에 750개의 전깃불을 켤 수 있는 발전을 했다. 그 발전소의 열을 식히기 위해 향원정의 물과 발전기의 물을 교환하다보니 향원정의 물이 변화가 생겨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일이 생겼다. 좋지 않은 증조라는 말이 돌다가 명성황후 시해를 당하니 향원정의 물고기 죽음과 연계시킨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처음 전기가 들어 올 때의 얽힌 얘기들이 많다. 명성황후 시해를 비롯해서 건청궁에 관해서 이미 써 올린 글이 있으므로 다른 얘기들은 그 글을 연결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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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기다림
기다리라 말한 사람 없는데 기다릴 사람 어디 있을까
길가에 굴러 부서진 한조각 작은 낙엽, 누가 기다리라 했는가 누가 기다리라 했는가 공허한 마음 하나 떠가는 구름 한점만 못하니 그리움 떨쳐 버리고 말없이 다가올 시간 속에서 사랑한다 사랑한다 너의 모든 것을,
잊으려 잠든 이순간 헛된 꿈 아니겠지, 잊으려 잠든 이순간 헛된 꿈 아니겠지
오늘도 차가운 밤 하늘엔 그리움만이 고요해, 쓸쓸히 홀로 섰더니 바람에 실려온 그대 음성 사랑한다 사랑한다 너의 모든 것을,
애타게 기다리는 맘 헛된 꿈 아니겠지, 애타게 기다리는 맘 헛된 꿈 아니겠지
헛된 꿈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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