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단상

방송인과 퇴직방송인 늙는다. 것과 초라함

이장춘 2012. 10. 27. 03:39

 

 

오랜만에 만난 방송동료와 세 시간이 넘는

 얘기를 나누었다. 여러 얘기 중에서 「현역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불친절 하다」는 것과 「퇴직방송인들의 초라해지는

모습을 보며 너무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는 얘기와 관련해서

여러모로 생각 해 보았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해

주어여 한다는 것은 알지만 후배들이 불친절하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다.

 

 

방송인과 퇴직방송인 늙는다. 것과 초라함

 

 

그런데 그 얘기를 듣고 생각 해 보니 그동안

필자를 아는 후배들과 얘기 할 때는 늘 친절하게 대해

주었지만 필자를 잘 모르는 후배들로부터는 종종 퉁명스럽고,

 얘기를 적당히 넘기려 한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었고 또 일반

시청자들이나 퇴직사원들로부터 현직 사원들이 너무 불친절하다는 얘기를

종종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면 필자가 36년간 방송국 생활에서 시청자,

청취자들이 방송국의 주인이라는 말을 늘 해 오면서도 과연 그것을 실천에

옮겼던가? 또 비록 자신이 그리 실천했다. 고 생각하더라도 시청자들이

그렇게 생각 했을 것인가. 이미 방송국을 떠나 외롭고 쓸쓸해진

 선배님들에게 그분들의 마음을 읽어 드렸을 것인가.

 돌이켜 보니 자신이 없다.

 

필자가 현역방송인으로 그 상황에

처해 있을 때는 그것을 잘 몰랐던 같다. 지금의

 퇴직 선배들이 현역사원들에게 섭섭함을 표 하는 것처럼

필자가 현역으로 있을 때 선배들이 필자에게도 섭섭함을 느낄 수

있었겠구나 하는 것을 오늘에야 깨닫는 것은 너무 늦은 일이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그 은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세월이 흐른 먼 훗날

자기 자신이 외롭고 쓸쓸함을 느낄 때 가 되어서야 부모님의 은덕을

 깨닫고 잘못을 뉘우치지만 그것은 늦은 일이다. 

 

일생동안 그런 이치를 배우고 익혀도

실천으로 옮겨지는 경우는 적다. 현역사원이

퇴직한 뒤에 후배들에게 불친절을 탓 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선배들에게 더 친절 했으면 좋겠고 선배들은 본인도

현역시절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점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후배들을 이해 해 주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 해 본다. 선후배간에 이런

문제를 서로 이해하면서 늘 한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살아 갈 수 있었으면

한다. 시청자에게도 늘 「시청자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어떤 경우에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자세를 가져 주었으면 한다. 이것은 비록 현역사원

 뿐만 아니라 퇴직 사원까지를 포함한 전 KBS가족이

그런 마음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늙는다. 것과 초라함」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방송인은 방송을 통해서 국민과 함께 해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비록 나이가 들었다 해도 국민들 앞에 초라한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느냐. 는 것이다. 말로는 할 수 있는 애기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늙어 가면 초라해지기 마련이다. 선배님들 가운데 글을

써 보내주신 분들이 계신다. 그 중에는 늙어가니 외롭고 서글퍼지면서

 초라해진다는 얘기, 어찌 인생이 이리 되었는가. 한탄조의 글을

보내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말로는 그리 생각지 마시라고

하지만 어찌 그리 생각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필자는 90대에서 젊은 방송인까지를

만나면서 얘기를 나눈다. 젊은 시절 생기발랄하던

 그 모습, 번득이던 두뇌회전, 누구도 당해낼 수 없던 패기로

방송에 임하던 선배가 80이 넘어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며

필자 자신이 안타까움을 금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선배들 가운데는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늙어 볼품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도 그렇겠지만 만나려면 수염이라도 자르고 옷이라도

입어야 하는데 이것마저 싫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사람 만나기가 싫어지신가. 보다.

 

필자도 70이 넘었으니 주변에 연세 많으신

분들이 계신다. 연세가 많으셔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시는 분들은 건강하게 보인다. 사람 만나기 싫고 움직이기

실어지면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고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뜨셨다는

연락을 받는다.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완전히 잃었을 때야 어찌 할 수

없겠지만 움직일 수 있는 날 까지는 움직이며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늙어 간다는 것. 초라해진다는 것 가급적이면 잊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세상 떠나시는 날 까지 모두 건강하게 즐거운

인생을 이어가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방우회 이사 이장춘 춘하추동방송

  

동무생각 (2).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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