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최세훈 아나운서 시인의 주옥같은 시를 모아 / 16편

이장춘 2013. 11. 13. 22:00

 

 

 

1955년 KBS 이리방송국 (전주방송총국

전신) 아나운서로 입문해서 1984년 2월까지 KBS

 중앙방송국과 서울 MBC 아나운서 실장, 대전, 마산 등

 MBC 임원으로 재직중 1984년 2월 11일 짧은 인생길을

뒤로 한 아나운서이자 시인, 문학가다. 대학 국문학과를

나온 최세훈은 기회 될때 마다 글을 써서 여러권의

 책을 냈고 주옥같은 시가  신문잡지 

등에 발표되었다.

 

 

최세훈 아나운서, 시인의 주옥같은 시를 모아 / 16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딸 최철미(崔哲美)님이

 11년만에 고향 한국에 오면서 그때 발표되었던 시 중에서 

15편을 골라 오셨다. 최철미님이 아버지 따라 그 목소리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직접 육성 낭송으로 올리고 싶었지만 워낙 짧은 한국 방문기간

이라 갈 길이 바빠  직접 낭송은 뒤로 미루고 서울 강남 터미널에서 잠시만나

식사중에  촬영한 사진 두장 남기면서 발길을 옮겼다. 이날 전해준 시는 

1962년 6월호 자유문학에 발표된 동굴(洞窟)을 비롯해서 15편이다. 

아버님이 가시진 30년이 되는 2014년에는 아버지의 시와 철미님

본인의 시, 동생들의 글을 모아 문집을 발간할 계힉을 

세우고 있다고도 했다. 최세훈 아나운서에 관한 

얘기는 종전에 써 올린 글을 연결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洞     窟  (동굴)

 

- 자유문학 1962년 6월호-

 

 

山이

아직

바다 밑이었을 때

네 안에 살았다.

 

알몸을

풀숲에 부비다,

비바람에 抵抗하던

짙은 密度, 空間.

 

壁을 그린 막대기로

짐승을 익혀 먹던 時間부터

네게로 回歸하는

지금은 橢圓軌道

 

來日은

너에게

하루 더 가까운

슬프나 그리운 還元 

 

 

 

코스모스 斷章(단장)

 

- 국어 문학-

 

 

하늘과 땅이 나누이는 그날부터

호올로 움이 텃었다

 

티그리스, 유프라데스, 黃河,

오오랜 가람ㅅ 가에서 피어나기 비롯했기에

本流, 支流, 細流로 가지가지 뻗었다.

 

머언 먼 아득한 날부터 묻혀 내려온

수없는 주검들을 빨아 올려서

여덟 잎 형우리 잡힌 原始의 입술이여

 

내일은

나도,

저런 입술을 하고 싶다.

 

 

早      (조춘)

 

- 서울 신문 1966년 2월 26일-

 

 

木瓜

먹은

 

속살처럼

미낀덩한

입술.

 

烏鵲花

간지르는

휘파람

소리

아직은 헛도는 겨울

혓바닥

내미는

틈으로

몸을 푼 巫女의

시린

이빨

 

 

落       果  (낙과)

 

- 女像 8월호-

 

 

해와

바람은

繼母였다.

 

꽃 지고

부푼 입술,

地心을 빨아올린 內容.

 

乳源은 어디쯤일까?

탱탱히 勃起하는 그리움

뛰어들고 싶은 나의 乳源.

 

몸부림 몸부림

引力을 부여잡은 손

비로소 황홀한 萬有의 살닿음.

 

뼈가 시리다.

지금 나의

分解......

 

地表로

이제는 빨려드는 形式

꽃물을 分泌하는 마지막 頂感을

失笑한다.

해와

바람은,

 

 

噴       水 (분수) 

 

- 노령 1980년 10월호-

 

한 마리의 龍이 되기 위하여

하늘을 가르며 무섭게 치닫지만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물방울의 떼죽음......

 

모두

제저끔의 높이와

제저끔의 길이가 있는 것을

 

줄기차게 치솟아

맥없이 스러지는

눈 먼 외길 되풀이......

 

때로 햇빛 보듬어 무지개를 피우고

때로 色燈 머금고 꽃보라로 휘청거려도

끝내 하늘로는 오르지 못한다.

 

아무나 龍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도 龍이 되지는 못한다.

 

 

'분수' 에 대한 해설을 하자면, 

 분수는 1980년도 10월에 전라북도에서

발행되는 '노령'이라는지방 문예지에 실린 시인데요.  

1980년도에 언론 통폐합이 있었고,  5월 광주 사태 당시 광주

MBC 가 불에 타는 바람에 당시 아버님께서 상무로 계시던 전주 MBC에

비상이 걸렸었습니다.  그 해 61회 전국 체전이 전주에서 있었지요.  당시 전주여고

 1학년이던 저희 동기들은 부채 들고 부채춤 연습한다고, 다른 학교 학생들 역시 메스게임에

동원되어 학교 수업도 엄청 빼먹었습니다.  전대통령이 체전에 참가하러 전주에 온다고

 연습했던 '대통령 찬가' 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이런 면에서, '분수'는  전라도

 출신 시인의 (소극적) 저항시 - 안티 용비어천가 - 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전라도 김제 죽산이라는

시골 깡촌에서 (아무런 배경이나 혹은 내세울만한 학력도

없이) 오직 본인의 노력과 재능만으로 서울 방송계로 진출해서

 유명인사가 되었던 아버님이 이런저런 이유에서 다시 전라북도

전주로 낙향하여 한직에 있게 된 자신의 한계에 대한 회한을

표현한 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2013년 11월 20일 최철미

 

 

枯    葉

 

- 광복 30 주년 문학전집 제 6 권 詩,

 時調 1975년-

 

 

늪가에서

허우적이는

목마른 철새의 죽지

 

한 마리씩

갈기를 세우며

발길을 질질 끄는

말들의 도주

 

먼 데 쇠북이

그리하여

알몸으로 나뒹구는

뉘우침의 긴 되풀이......

 

왜 이런 소리가

가을 아침을

무르녹은 잠에서

불러 일으키는가?

 

나뭇잎은

귀앓이로 시드는 것을

시들어서 마침내 잎새들이

夭折하는 것을

 

 

 

 

 

終      禱  (종도)

 

나즉히 부르셔서 열게하여 주십시오

오오래 닫혀진 희고 슬픈 귀

 

흙담 돌무더기 산산히 흩어진

인제는 모두 다 돌아 나간 뒤안길서

 

땅에 얼굴 부비며 목메어 비는 것은

 

진흙처럼 지친 숨 고이 모두게 할

비둘기 울음같은 당신의 목소리......

 

인제는 먼 머언 마지막 가락

당신의 목소리를 듣게 하여 주십시오

 

 

睡        蓮(수연)

 

- 자유문학 1962년도 3월호-

(자유문학 제5회 신인작품 당선작)

 

 

물에 살면서

항시 물에서

발돋움하는 뜻.

 

가없는 그리움은

沈澱하여 물에 가려도 거기

뿌리박고 숨쉬는 짙푸른 눈.

 

하기에

비바람이 일어도 너는 끝내

물면 위에 흩어지지 않는 고요.

 

손짓......

 

솟구쳐올라

피나도록 부벼댈

넓은 이마 가진

 

그리운 이의 손짓과 아침이

함께 펼쳐져오는 그날을 위해

太陽을 헤이다 물면 위에 잠드는 얼.

 

  

5      月

 

 - 방송 문화-

 

 

비바람이 아니라도

나무는

빛나는 純粹를 떨군다.

 

城을 무너뜨리고

꽃술로 배부른 땅

 

위에서

四季까지 발돋움해도

하늘은 먼 젖구름,

 

잎새들은

지금

姙婦의 푸른 입술,

 

겨드랑일 간지르며

눈부시게 보듬는 짧고 굵은 손은

여름의 前戱......

 

    

獻 菊 詞 (헌국사)

 

- 새벽 (가람 동인회 동인지),

단기 4287년 2월 25일-

 

아주

素服을 하십시오.

 

인제는

당신이

소롯이 피어 살던

山도 들도 모두 없습니다.

 

............................................

 

휘덮을 잔디 한 줌 없었던.

 

거기

墓本으로 자리잡아 서십시오

 

흙덩이 함께 바스라진

그들의 품이 환히 트여오는

 

아침같은 내음새를

목메도록 뿜어내어 주십시오

 

 

 

哲   美 (철미 : 최세훈 아나운서 딸)

 

- 文學春秋 12월호-

- 韓國詩選 1968년도-

- 별 하나의 永遠을 1968년-

 

능금

따 먹고 심었다.

나의 씨...... 나의 아씨,

 

풀각시

여며대는 땀방울 五月에 묻어난 너의 꽃울음,

 

풋과일

汁내는 소리

음악이었다.

 

가슴으로,

팔뚝에서 흘러내리는

무게 純金,

 

맨 처음

살포시 뜨던 純銀의 눈

처음 부신 햇빛,

 

日月火水木金土......

지금 내 눈엔 純銀으로 純銀으로

네가 부시다.

 

철미야

내 새끼.

 

   

口傳新譯 (구전신역)

 

- 1960년 주간방송-

 

 

이브의 빨간 혓바닥을

능금으로 아드득 깨무는 獄夜......

慾望은 짧았는데 밤의 꼬리는 너무 길다

 

배암의 잘못이 아니다

한밤이 되어 대강이를 으깨며

鍾 울린 짐승이 날아와도

鐘閣은 불탔고

쇠북은 찢기워 殘錢이 되었다

 

이마에 땀흘리는 업고 등에 지고

이빨이 허전한 전서류 (全서類)

 

어제와 내일의 비늘 돋친 몸뚱이에

칭칭 휘감겨 곤두박질 치는 것도

 

배암의 잘못이 아니다

 

숨을 쉬는 罪다

 

 

*.한자가 많아 원본을 붙인다.

 

 

 

 

신     음

 

- 新興 1949년도-

*.신흥은 최세훈아나운서가 다닌 중학교임 

 

혁혁한 그늘의 거기엔

항상 그늘이 있었다

내사 아름다운 신음.....

.

어느 벌겋게 江畔이 타오르는 저녁에

물결은 월광곡을 치고

목선의 나는 키를 잡았다

츄잉검을 씹으며 노를 저으며

마음은 샛노란 凋落이 없는 곳

 

거칠은 水流를 따라 난 언제고 가고 싶었니라

향기 파아란 나라 緯度가 없는 곳이라도

거긴 향기로운 다알리아가 있는 섬

흑인은 우유빛 고무물을 받고

밀림은 원시의 魔法

노오란 넝쿨에 얽혀 달빛을 안은 채

 

그러나 부-연 동녘을 익혀 하나 明滅

달을 구을려 버리며 새벽이 왔다

 

산산히 헤어지는 헤어지는

혁혁한 햇빛의 거기엔

항상 그늘이 있었다

  

 

雅         歌 (아가)

 

- 週刊朝鮮-

- 1972年刊 詩集-

 

 

네 입술에는

몇 마리

麝香 노루가 살고 있다.

 

풀잎

간지르는

이슬 방울이다가

 

갈대밭

서걱이는

빗줄기이다가

 

마침내

불타오른

나의 江비늘......

 

그날 아드득 깨물렸는데

지금은 깨물리지 않는

그런 능금빛으로

 

여러마리

麝香노루는

네 입술에 살고 있다.

  

 

日     沒 (일몰)

 

- 자유 문학 1963년 1월호-

 

 

낚시에 걸린

몇 마리의 붕어가 숨질 때

카운트 다운은 시작되었다.

 

投機로 배부른 자의

옥니난 妾의 아가리같이

붕어는 지렁이를 물었다.

 

木十字 솟은 집 담벼락

尿道炎治療劑의 廣告 위에

그렇게도 눈부셨던

 

지금 동강나는 太陽을 보라

 

헤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진

妓女의 엉덩이

 

9

8

7

6

 

노을은 잉태하지 못한 진한 피

4

3

2

1

 

地坪 아래서는 또 누가 속는가

  

 

滿     潮 (만조)

 

- 韓國詩選 1968년-

 

 

짓이겨서 흐른 樹液,

아픔이 千年 방울진

 

방울져 내려 갯벌에 부푼

비둘기 울음 소리 가진 자의 눈물,

 

마지막 風力計

부러져 나가고

 

돌 위에 돌

하나 놓이지 않을

 

아아

다시 始原의 광야에

 

海溢로

海溢로 밀어닥칠 눈물......

 

여기는 눈먼 바람

豫報를 뭉갠 땅

 

그 地層을 아직은

철렁이며 철렁이며 밀리는 눈물.

 

 

 

 

 

  최세훈 아나운서 딸 철미님(미국 공인회계사)과

막내아들 최승원 부부가 서울 강남 터미널에서 만나 

촬영한 사진입니다, 또 한 아들은 앙원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에서 일하는  의사입니다.   올해 49세의 최철미님은 대학시절 국내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미국에서 공인회계사로 활동하며 너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11년년만에 낸 1주일간의 고향방문으로

생묘 갈랴, 친척분 만날랴 너무 바삐 다니다 보니 아시는 분들께

전화도 올릴 수 없었다면서 아쉬워 했습니다. 철미님이

다음에 새로운 블로그를 냈습니다.   "시인의 딸"

노란글자 어디를 클릭해도 블로그로 갑니다.

 

http://blog.daum.net/rcchoi1691

 

이장춘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이장춘 선생님께서

일러주신대로 아버님의 글과 시, 또 저희들의

 글과 시를 모아 '시인의 딸' 이라는 다음 블로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버님과 저희들의 수필은 아직

 정리 중에 있습니다.   곧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http://blog.daum.net/rcchoi1691/?t__nil_login=myblog 

  늘 감사드리며.추운 날씨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미국에서 최철미 드림

 

 

블로그 개설을 축하드립니다.

 

문학가과 문학가의 딸!

시인과 시인의 딸!

아나운서와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 그딸

 

얼굴도 목소리도

성격 까지도 닮은 꼴,

아버지는 딸을 그토록 사랑했고

딸은 아버지를 따르며

존경하고 사랑했건만

 

아버지가 일찍이

 세상을 떠나심에

늘 마음속에 그리시던 딸

 최철미님이

 

아버지의 글

딸 나의 글

엄마의 글

동생 창원이의 글,

동생 승원이의 글

아들 Joshua?의 글 그

리고 친지나

그 밖의 글

 

아름다운 사연을 담은

그 글들을 모아

아버지 세상 떠나신지

30주년이 되는 날

그 기념 문집을 낸다는

얘기를 들었더니

이에 앞서서 이곳에

또 그 글을 싣게 되는

블로그가 탄생했습니다.

 

춘하추동방송은 2010년 5월

최철미님과 첫 얘기를 나눈 이래

수많은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그 글들을 오늘 모두 들추어

읽어 보았습니다.

 

그저 주고받은 글이라기보다도

의미를 담은 글들이고 사진이고

자료들이었습니다.

 

물론 "춘하추동방송" 블로그에서

최세훈이나 최철미를 검색하시면

다 보실 수 있지요.

 

시인의 딸

이 블로그에 오시는 길도

안내 해 놓았습니다.

이 블로그를 보며

깊은 감회에 젖으며

훌륭한 로로그가 되심을

기원합니다.

 

방우회 이사 이장춘 춘하추동방송

 

 최세훈 아나운서 글 더 보기

 

 

최세훈 아나운서 1960년대 MBC 문화방송 아나운실장

http://blog.daum.net/jc21th/17781561

 

최세훈 아나운서 사회로 듣는 1962년의 KBS 재치문답

http://blog.daum.net/jc21th/17780361

 

성탄절에 바치는 기도 / 최철미님 시 (최세훈 아나운서 딸)

샌프란시스코에서 2012년 12월 24일

http://blog.daum.net/jc21th/17781562

  

 

   

   

 

  

   

   

 

   

 

 

방우회 이사 이장춘 춘하추동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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