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속극 여로 그때의 중앙방송국장 최창봉 선생님의 글

 

 

 

 연속극 여로, 그시절의 KBS 중앙방송국장 최창봉선생님의 글

 

 

최창봉선생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TV방송

HLKZ 연출과장으로 출발후 MBC, KBS-TV, 동아방송,

한국방송공사 창립등을 주도하셨고 여로가 방송되던 시절에는

 KBS중앙방송국장으로 재직 하셨던 분입니다. 또 여로의 작가 겸

 연출을 맡은 이남섭님을 비롯해서 KBS-TV의 주축이 된 방송

요원이나 탈렌트등를 직접 선발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2010년 1월 방송과 나라는 제목으로 자서전을

 내셨습니다. 이 글은 그 책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춘하추동방송 이장춘

 

 

2 유신박, 4 이남섭(근본,연출) 5 박종국(TV부장), 6 장욱제(주연), 7 태현실(여 주인공),

8 최창봉(중앙방송국장), 10 오승룡, 11 김광식, 16 인운섭

 

태현실, 장욱제, 박주아 등이 출연한

 KBS 연속극 '여로' 는 1972년 4월 3일부터

12월 29일까지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 7시

30분부터 30분간씩 211회 방송되었다.

"덜떨어진 바보 남편 장욱제와 태현실 내외의

연기는 전국의 시청자를 매일 밤 7시 30분만 되면 웃고 울리고

 했는데 수상기가 100만 대 가까이 보급됐어도 그리 흔치 않던 시절이라

 극장에서도 이 시간이 되면 관객들이 영화를 보다 말고 휴게실로 가서 텔레비전을

보고 돌아오는 바람에 아예 이 시간에는 영화 상영을 중단햇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저녁 시장은 텅텅 비고 상인이랑 손님들은 근처 다방으로 모였다느니, 이 시간에

도둑을 맞는 집이랑 밥 태우는 집이 많았다느니 하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특히 고생 끝에 부산까지 내려오는 데 성공한

 태현실이 장욱제를 만나는 날이 점점가까워지자 오늘 만난다,

아니 내일이다 하는 논쟁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고, 작가가 시청자의

애간장을 태울 만큼 태우다 드디어 두 사람을 만나게 해 주는 날 저녁,
나는 고려대 경영대학원 강의실에 있었는데 7시가 되면서 수강생이

한둘씩 휴게실로 빠져나가더니 방송 시간이 다 되어서는

 그만 강의실이 거의 텅 비어 버린 광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일제시대부터 6 . 25 때 피난살이에 이르기까지

 서민들의 애환을 장욱제의 코믹하면서도 애절한 연기로

그린 것이 폭발적인 인기의 바탕이었는데, "떽지... 떽시... 색시야."

 하면서 부인을 그리워하는 그의 바보스런 명연기를 아이들이 열심히

흉내 내는 바람에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이 당시 시청자들이 좋은 드라마를

해 줘서 고맙다고 시청료를 척척 내 주는 바람에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른다.
지금도 KBS의 시청료를 징수하는 고참들은 가끔 그때를 그리워한다...."
'여로' 기획은 1년전에 끝난 '아씨' 못지않은 화제작을

하나 기획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박종국 TV부장이 추천한 대로 이남섭 작가가

자연스레 집필자로 결정되었다.'여로'는 장욱제라는

걸출한 연기자를 출연시켜 '아씨'와 함께 우리 방송에서 오랫
동안 사라지지 않을 신화를 남기는 데 성공했다. 작가 이남섭은

KBS-TV 개국 때 뽑은 1기 프로듀서 출신이다.

 

강현두(서울대 명예교수), 홍두표(전 KBS 사장),

김재형(사극 연출감독), 등과 동기다. 입사 시험 최종 면접 때

지망 부문을 묻는 나의 질문에 드라마 쪽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대개 교양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 쪽을 희망하는데, 그는 처음부터

 드라마를 선택했다. 이남섭은 서울대 불문과 출신이었다.

1976년 내가 KBS를 떠나온 뒤 얼마 있다가

그는 세상을 떠났다. 임희재, 이남섭, 그렇게 재능이

 무궁무진했던 이들이 왜 그렇게 빨리 떠나야 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이남섭의 부인 김난영 씨도 태현실, 김혜자 씨 등과 

같이 들어온 KBS-TV 1기 탤런트였다. 참 인기 있는

 유능한 연기자였는데 그는 남편보다

더 먼저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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