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국민의 것 이여야 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가는 길이 정해져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땅에 방송이 출현한 이래 방송을 힘 있는 자의 소유물로 하기위한 기도가 쉼 없이 있어 왔다. 물론 그때마다 권력자는 그렇지 않다고 항변했지만 그러나 그것은 그때그때 그들의 변명에 불과했음이 방송 100년사가 증명한다. 필자는 이런 사실을 여러 차례 지적 해 왔다. 2008년 제45회 방송의 날 축하면 글을 올리면서 쓴 글 한 토막을 인용한다.
이장춘의 시선집중 정권과 방송
“우리 방송사 (放送史)는 힘 있는 자가 방송을 제일 먼저 수중에 넣고자 한다는 사실을 잘 말 해주고 있습니다. 1988년 민주화된 방송관련 법률을 갖기 전 까지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법률적으로나 현실적 으로 방송이 한 쪽에 치우쳐 있었다는 점을 부인 할 수 없습니다.
일제 때 기구는 ‘사단법인이다.’ ‘조선 방송협회다.’ 했지만 실제로는 일본 정부가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해방되자 그 다음날부터 건국준비위원회라는 것이 생겨 정부도 아닌 일개 단체가 방송을 접수하려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군정이 시행되자 조선방송협회에서 방송기능만 군정청에 귀속시키는 이상한 운영형태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1948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자 이름뿐이던 대한방송협회 마저 없애버리고 아예 국유화 해 버렸습니다.
6.25로 남침한 적군은 방송국이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오자 제일먼저 방송국을 점령 해 버렸고 후퇴하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4.19로 들어선 민주정부도 방송을 자기편으로 새우려는 생각에는 옛 정권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5.16은 방송국을 사전 점령하고 그날 첫 방송을 신호로 일을 벌였습니다. 60년대 중반 방송이 종종 말을 안 듣는 경우가 생기자 앵무새 사건 등 여러 해괴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10.26이 일어나자 방송국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방송국에 군대가 밀어 닥쳤고 계엄령을 통해서 모든 것을 그들의 뜻대로 좌지우지 했습니다.
6.29는 방송을 비로소 국민의 손에 돌려주겠다고 했고 제도도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이로부터 여러 가지 이상한 문제를 야기해 복잡한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정부가 새로 들어 설 때마다 방송장악은 꿈도 꾸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리 됐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공정하고 신뢰 받는 속에서 국민의 사랑 받는 방송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위는 10년 전에 올렸던 글이고 이 외에도 필자는 ‘공정방송·국민의 사랑받는 방송’ 얘기를 수시로 해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까지 만족스러움은 별로 느끼지 못했고 주위 수많은 분들로부터도 그런 말이 들려오며 오늘도 걱정스러운 얘기들이 들려옵니다.
‘절대 아니라고 벌적 뛰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대부분의 방송인, 국민들이 보실 때는 걱정스러움이 앞섭니다. 그래서 지난날 방송에 몸담았던 분들이 만나 얘기를 나누고 뜻을 모아 ‘성명서’ 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 놓았습니다. 오늘 그 글을 올렸습니다.
- 성명서 전문 -
방송은 자유민주체제를 수호하는 도구다
최근 공영방송 KBS가 '오늘밤 김제동'에서 '백두칭송 위원회' 김수근을 출연시켜 북의 김정은 위원장을 위인으로 칭송한 문제를 접수한 방통심의위원회가 특별한 제재사유가 없다는 심의결과를 발표한 것을 보고 선배 방송인들이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입장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주지하다시피 헌법 37조 2항에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한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 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되어있고 남북의 특수상황을 고려해 제정된 국가보안법에서도 북에 대한 고무찬양을 금하고 있으며 공공재인 방송과 관련된 방송법도 이 법 정신에 준하여 공정성과 공익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방통심의위원회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방송을 도구로 자유민주체제를 해체하려는 현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현 정부는 자신들이 야당일 때 여·야간 합의로 약속한 사장 선임제도를 뒤집고 정부 여당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임명 하게 되어 있었던 종전의 절차를 고수하여 이사회를 폭력적 방법으로 교체하고 현 사장을 임명했다.
놀라운 것은 민노총 소속인 KBS와 MBC 노조가 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사내에 인민위원회와 비슷한 기구를 만들어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지난 정권에서 일한 사람들의 사상 검증 및 징계 등 초법적 행보를 하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현 정부가 들어선 후 방송 등 언론기관을 동원하여 국민을 오도하고 있으며 국가를 공포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진보정권과는 다르게 헌법 테두리 내에서의 진보와 개혁이 아니라 연방제 개헌을 추진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사실 우리 선배 방송인들도 재임 동안 독재 권력들 아래서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만들지 못한 오류를 시인한다. 그러나 그때는 산업화 과정이라는 시대적 명제라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화 시대가 아닌가?
민주화 시대에 퇴행해가고 있는 공영방송의 모습을 방관만 할 수 없어 선배들은 우려와 격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선배들도 KBS의 올바른 모습을 찾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짐한다. 필요하다면 국민과 함께 수신료 징수제도 개선, 공영방송제도 폐지 운동 등에 참여할 각오도 있다.
끝으로 후배 방송인들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구한말에 때를 놓친 뒤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장지연 선생이나 '매천야록'을 남긴 황현 선생처럼 뒤늦은 탄식을 할 수는 없다.
과거 일제와 싸우고 권위주의 정권과 맞서 민주화 투쟁을 한 언론 선배들의 자랑스런 자산을 이어받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선봉장에 서야할 때다.
어느 누구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방송에 종사하는 방송인들이 마지막 체제수호자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악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영국의 정치철학자 에드먼드 버크를 떠올리며 후배 방송인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2019년 2월 8일
KBS를 걱정하는 퇴직 선배들의 모임
강동순(전 감사, 방송위원), 남승자(전 보도본부 국장), 박용식(전 경영본부장), 박세호(전 스포츠국장), 박종권(전 심의부장), 배학철(전 보도본부장), 안형환(기자, 전 국회의원), 윤대작(전 전주방송 총국장), 이보길(전 홍보부장), 이석희(전 보도국장), 이일로(전 기술본부장), 이장춘(전 전산국장), 이재봉(전 순천국장), 이정웅(전 보도제작국장), 전여옥(기자, 전 국회의원), 정종표(전 부산 보도국장), 한이수(전 부장), 황규환(전 라디오본부장). 관련글 보기 영문자 클릭
방송민주화의 진통과 1990년 (1) http://blog.daum.net/jc21th/17780624
방송민주화의 진통과 1990년 (2) http://blog.daum.net/jc21th/17780626
1990년 방송민주화운동 그때 그 얘기 ( 3 ) http://blog.daum.net/jc21th/17780640
1990년 방송민주화운동 그때 그 얘기 (4) http://blog.daum.net/jc21th/17780644
1990년 방송민주화운동 그때 그 얘기 (5) http://blog.daum.net/jc21th/17780669
1990년 방송민주화운동 그때 그 얘기 (6) http://blog.daum.net/jc21th/17780670
1990년 방송민주화운동 그때 그 얘기 (7) 마지막회 http://blog.daum.net/jc21th/17780671
동영상으로 본 1990년의 KBS 방송 민주화운동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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