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50년 차이가 나는 선‧후배가 모녀 같아요. 김인숙 회원과 김보민 아나운서
이 글은 한국아나운서클럽회보 제 13호 (2014년 3월 15일발행)에 실린 초대석 글입니다. 이 초대석 글을 쓰기 위해 1950년대 김인숙 아나운서와 50년차 후배 KBS 현직 김보민 아나운서가 2014년 2월 25일 만났습니다. 아나운서클럽 회보에 실린 글과 함께 그날의 얘기를 담은 동영상을 올립니다. 현재 한국우먼스클럽 회장이신 김인숙 원로 아나운서는 1950년대 후반부터 KBS 편성계장, TV제작과장을 거쳐 드라마 작가로 명성을 날린 김석야 선생님과는 부부로 이 글 끝부분에 관련글을 연결했습니다. KBS 인기아나운서 김보민은 세계적인 축구선수 김남일과 부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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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종세, 이광재, 임택근, 강찬선, 임동순, 문복순, 강익수, 최계환, 장기범, 민병연, 강영숙, 황우겸, 김인숙, 최세훈, 송석두, 윤영중, 이현숙, 장금자, 송영필)
초대석 김인숙(전 KBS) 한국우먼스클럽 회장 여성 아나운서 방송활동 개척기의 주역 지금도 왕성한 사회활동
12년차 아나운서로 방송하면서 가장 어려운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전날 밤잠을 설칠 정도로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장소로 향했다. 우려와는 달리 멋스런 모자를 쓰신 분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셨다. 바로 여성 아나운서 방송활동 개척기의 주역이신 김인숙 대선배님이시다.
걸요? 편지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출근하면 책상 위에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어요. 길을 다니면 하도 쳐다봐서 다닐 수가 없을 정도였지요."
청주 아나운서로 입사한 김인숙 선배님은 입사 동기인 강영숙 고문과 함께 인기 여성 아나운서로 활동하셨다. 이듬해 서울로 올라와 근무하던 그 해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 방송 보조로 나갔다가 남자 선배의 지각으로 의식 중계방송에 데뷔 하셨던 일은 지금 들어도 드라마틱하다. 방송을 끝내고 아나운서실에 들어서자 박수가 쏟아졌다니, 얼마나 뿌듯했을까! 이는 낭독, 곡명 소개 등을 맡던 여자 아나운서들이 실력을 인정받아 의식 중계와 공개방송 진행자로 자리매김 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린이들과 부드럽게 어울리지 못 하자 윤길구 실장이 <무엇일까요>와 <누가누가 잘하나>에 강영숙, 김인숙 선배를 한 달씩 번갈아 투입해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1962년 퇴직 후에도, TV로 옮긴 <누가누가 잘하나> 특집방송을 진행하신 적이 있다는 선배님은 "지금도 여자 아나운서가 진행하죠? 꼭 그래야 하는데..." 라고 하시며 방송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셨다. 당당하고 멋진 기운을 그대로 가지고 계셔서였을까?
여성의 권익 향상과 세계청소년 교류활동을 펼친 한국우먼스클럽 회장을 맡아 한미성아문화재단과 함께 2000년까지 국제청소년대회와 청소년음악캠프를 이끌었다. 또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로서 방송위원회와 공연윤리위원회 영화 심의위원, 대종상 심사위원, 육군본부 정책심의위원, 서울고등검찰청 항고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셨다.
궁금해졌다. 그 질문에 선배님은 내 얼굴을 한번 보시더니, "제가 김남일 선수 참 응원 많이 했어요. 그땐 운동선수 자체가 별로 없었고, 방송국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방송 출연자로 인연이 닿아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전 작가와 결혼했어요." 선배님이 불쑥 CD 한 장을 내미셨다. "제 남편이 생전에 작사한 곡들이에요." 그렇다, ‘하숙생’, ‘꿈은 사라지고’의 작사가! <하숙생>, <엄처시하>, <여고 동창생>을 쓴 유명 드라마작가로 KBS 편성계장과 TV제작과장,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고 김석야 선생이시다.
그 말에 살짝 수줍게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아이는 셋을 낳았어요. 3개월 남짓 육아휴가를 받고 쉬었을 뿐 프리랜서로 국제방송과 대북방송도 했는데, 아이들이 잘 커줘서 대학교수도 있고 회사 대표도 됐고..." 자제분 얘기 하실 때는 영락없이 어머니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셨다. 선배님은 1953년 입사, 난 2003년 입사. 50년의 세월 차에도 선배님과 나는 여자 아나운서로서 인생도, 아내 그리고 엄마로서 인생도 다 소중했던, 서로 다른 듯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지성과 미모가 다 훌륭하고 사랑스러워요. 젊고 활기차며 다 예뻐 보이던데요. 특히 남자 아나운서와 나란히 앉아 뉴스 하는 여자 아나운서를 보면 자랑스러워요. 시대가 변해 가능한 일이지요. 후배들의 한 마디 한 마디 모두가 사랑 받았으면 좋겠어요.” 편안하게 말씀하시면서도 힘과 연륜이 느껴져 여전히 아름다운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대선배님과 한 인터뷰가 글을 쓰는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오늘날의 여자 아나운서들의 괄목할 만한 활약도 앞선 여자 선배님들이 활동 영역을 개척하셨기에 가능했으리라.
후배가 내게 찾아왔을 때 ‘난 여러분을 위해 어떤 일울 했노라’고 말 할 수 있을지 생각에 빠지게 했던, 아나운서의 과거와 현재와 다가 올 미래를 아우르는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그날 내가 드린 서양란의 이름다움을 오래 오래 간직하시겠다는 선배님의 문자에 나는 한없이 가슴이 뜨거워졌다.
글 / 김보민(KBS)
관런글 보기
방송작가 김석야, 데뷔작 드라마 꿈은 사라지고 http://blog.daum.net/jc21th/17782064
방송사적으로 본 역대 여자 아나운서들 1926년부터 http://blog.daum.net/jc21th/17781609
1950년대 여성 아나운서들 http://blog.daum.net/jc21th/17780855 무엇일까요, 누가 누가 잘하나. 그때 그 공개방송 그 목소리와 그 사진 http://blog.daum.net/jc21th/17781350
망중한을 즐기는 한국우먼스클럽 김인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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