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 성탄추리 첫 점화 중계방송의 추억
-1969년 12월 18일 오후 6시-
냉전시대, 애기봉은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곳에서 남과 북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대치하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접적지역의 하나였다. 여기에 성탄목을 새우고 처음으로 오색찬란한 전등을 달아 북한 땅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1969년 12월 18일이었다.
이때 대북방송을 하고 있던 필자는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배덕환 아나운서, 박봉주 엔지니어와 함께 군부대의 안내를 받아 현장을 찾았다. 지금은 도로가 모두 포장되어있고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어서 이곳을 찾는 이도 많지만 그때는 포장도 되지 않은 거리에 자동차도 잘 다니지 않는 전방 최전선일 따름이었다.
군 찦 차로 김포주둔 해병대까지 가서 점심식사를 한 후 군 트럭을 타고 두 시간 넘게 달려 현장에 다다랐다. 지금은 12월에 그토록 추운 날은 없다. 그때는 왜? 그리도 추웠는지 그때 그 추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해질 무렵 현장에 도착했다.
헐벗은 북한 땅의 산 주변에 지금으로 말하면 연립주택 같은 가옥들이 눈에 때였지만 그 집은 선전용일 뿐 사람은 살지 않는 위장 주택이라고 했다. 북한의 산하를 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간간이 들려오는 북한군의 대남 비방 확성기 소리를 들으며 기계를 설치하고 방송준비를 했는데 배덕환 아나운서는 어찌나 춥던지 혀가 굳어서 방송이 어렵다면서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점등식이 시작될 무렵 무슨 요란한 폭음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 주위를 보니 그것은 벼락치는 소리였고 그 소리와 함께 부들 부들 떨며 두사람의 쓰러지는 병사의 모습이 보였다. 그때는 그런말을 입에 올리지도 못했지만 40년이 지난 오늘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로 얘기를 나눈다. 그때 그 모습을 본 중계방송 담당 배덕환 아나운서는 그 추위와 그 모습이 자꾸만 머리에 떠 올라 중계방송이 어려웠다고 그때 일을 회상한다.
그날 새운 성탄추리의 불빛이 북녘 어느 곳까지 이를는지는 몰랐어도 그것은 분명 희망의 불빛이었기에 여러 어려운일을 뒤로하고 중계방송을 마쳤다. 그리고 그 다음해 1970년에는 이공순 아나운서와 함께 또 이곳을 찾았다. 녹음테이프를 아껴야 하던 그 시절에는 녹음물을 보관할 여력이 없었지만 이때의 중계방송 실황이 담긴 녹음테이프는 그때 그 추억과 함께 40년간이나 보존 해 왔다.
세상은 변했지만 북에는 여전히 그 정권이 그 체제를 지키며 버티고 있다. 두 동강난 이 땅은 언제 하나가 되려는가? 하나 된 새나라가 이루어지는 날이 하루속히 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위 글을 본 배덕환 아나운서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40년전 그때의 일을 늘 잊을 수가 없었는데 이 글을 보니 눈물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때 우리들은 방한모를 썼지만 병사들은 철모를 쓰고 있었던거요. 병사들이 철모를 쓰고 있어서 그 위에 벼락을 친거였던가 봐요.... 벼릭을 맞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했는데 부들 부들 떨며 쓰러진 그깨 그 병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또 벼락이라는게 우리 머리위에 떨어지지 않으라는 법도 없었는데 우리가 그때 벼락을 맞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30대 중반에 있었던 이 일이 70대 중반이 된 오늘날까지 40년동안 머리를 지배 해 오던 생각이었는데 위 글을 보니 그런 생각이 한꺼번에 떠 올라 갑자기 눈물이 흘러요. 방송국에서 갔던 우리 세 사람이 살아 돌아온것은 하느님이 도와 주신것이라고 행각하며 살았습니다. 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세요."
배덕환 아나운서가 너무 진지한 모습으로 전화를 걸어 오셨기에 얘기를 옮겼습니다.
2004년부터 오랜기간 불이 켜지지 않았던 애기봉의 성탄절 불빛이 올해 다시 켜졌습니다. 올해 있었던 점등식의 동영상을 옮깁니다.
관련글 보기 영문자 클릭 애기봉 성탄추리 철탑철거와 45년의 추억, 배덕환 아나운서 http://blog.daum.net/jc21th/17782294
방우회 이사 이장춘 춘하추동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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