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방송

방송초기 축구중계방송 에피소드 하나 -이혜구님 글에서-

이장춘 2009. 4. 23. 04:42

 

 

 

 

 

 
 
 
 방송초기 축구중계방송 에피소드 하나
 
  -이혜구님 글에서-   
 

 

 

 

 

 

 이   혜   구와  김   문   경

 


 

 

 

이혜구님은 올해로 101세로 생존하는

최고령 방송인입니다. 1932년 방송국에

 

들어 오셔서  오랫동안 방송제작에 임하셨고
우리말 전담방송인 제 2방송과장, 제2보도과장등을
역임하시다가 해방후 우리나라 방송인중에서는  처음 으로
방송국장이 되신이래 세번에 걸쳐 중앙방송국장을 하셨습니다.

 

 

방송국을 그만두신 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창설하셔 학장을

하시면서 음악발전, 특히 국악 이론 정립에 크게 기여 하신

분입니다. 옛날에 쓰신 글이지만 그때 그 방송의

단면을 짐작 하실 줄 압니다.

 

 

 
 
1934년 무렵이다. 김준호 지도하에
정문택, 이석훈 아나운서가 처음으로 담당한
 蹴球戰 실황방송이 생각난다.   정 아나운서는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쓰고 눈동자를 휘휘 두르고 이따금 얼굴을
붉히면서 금이빨을 내보이고 무언으로 웃고
나이에 비하여 잘 수줍어했다.
 
그 친구의 축구전 방송은 머리와 꼬리도 없이
그저 “ 混戰 ! ” 이란 늘어진 두 마디 말만을 던진 후
 한참동안 잠잠 하다가 별안간 어느 쪽이란 말도 없이 
 서술어 라기보다는 감탄어인 “ 앗 ! 찼습니다.
! 앗 !  안 들어갔습니다. ”  정도였고
 
또 스피커로 관중이 와 ! 하고 들끓는
환호성이 들려나오건만 아나운서는 어디 갔는지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 말도 없이 있다가는
지극히 간단 명료하고도 모호한 말 한마디
 “ 혼전 ” 그 밖에는 더 모르는 듯했다.
 
이 두 가지 말의 반복이었다. 
현장에 같이 있던 아나운서의 말에 의하면
이리확 ! 저리확 ! 순간마다 방향을 변하여 공중을 나는 공에
 눈이 홀리어 무슨 말을 할지 모르고 멍하니 공만 눈으로 쫓고
 앉았다가 어쩌다가 양군이 한군데 몰려서 옥신각신 하고 있으면
겨우 정신을 가다듬어 마이크에다가 입을 가까이 대고 “ 혼전 ” 하고
우선 한마디를 던져 놓고 말을 이으려고 하면 또 공이
날아가서 그 공을 눈으로 잡으려기에 바빠서
옆에서 보기 딱한 지경이었다.
 
몇 분 지나더니 정 아나운서는 물러서고
이 아나운서가 다시 하겠다고 공손히 아나운서 멘트
한다음 별안간 “ 찼습니다. ! 찼습니다. ! ” 하고 마치 게임이
 바야흐로 크라이 막스에 달한 듯  덤비더니 슬그머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 아이, 못하겠어. ..... ” 하고 옆의 아나운서에게
구원을 애원하는 말을 던지고 김 아나운서와
바꾸고 말았다.
 
 

 

 

 

 

 

 
 

Gigliola Cinquetti & Trio Los Panchos